탈취(奪翠)

탈취(奪翠) [2]

츠루사니 츠루사니츠루

★기본적인 주의사항★
글의 내용과 등장하는 남사들의 성격·행동 방식은 원작과 무관합니다.
동인설정이 다수 나옵니다.
각종 취향타는 소재가 사용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기존에 풀었던 소재들이 다수 섞여있습니다.

★해당 연성의 주의사항★
각종 동인설정과 취향타는 요소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 트립·카미카쿠시·블랙남사·블랙혼마루·블랙사니와·블랙담당·블랙시간정부
혼마루 탈취·사니와 탈취·도해·강제 파괴 등
등장하는 일부 남사, 등장 인물들이 상당히 뒤틀려 있습니다.
동소체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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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부분은 성인글로 작성 합니다.

※감금, 폭력, 약물, 동의 혹은 애정 없는 성관계, 가스라이팅 등의 비윤리적인 요소, 범죄적인 요소가 나오거나 언급됩니다.

트라우마가 있으신 경우 주의 바랍니다.

※작성자는 현실의 그러한 행위들을 절대 옹호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구실로 만남을 거듭하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서로를 찾는데 이유를 붙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호숫가는 겨울에 접어들었다. 바뀐 계절을 알리듯 일찌감치 내리기 시작한 눈에 천지는 곧 희게 바랬고 그 뒤를 따라 매서운 추위가 찾아들어 단단히 또아리를 틀었다. 사니와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잖아도 산중은 다른 곳에 비해 기온이 낮은데다 이곳의 철은 사니와의 세상보다 한 발 앞서있었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신경을 써도 사니와의 차림은 늘상 때에 맞지 않게 얇기 일쑤였다. 수시로 기온이 다른 두 곳을 오가며 급격한 온도차를 겪는 것 역시 무리가 되었을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육체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아마도 이동 그 자체였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인데다 그 성질이 현격하게 다른 현세와 시공간의 경계를 일종의 편법으로 오가고 있었으니까. 그러한 행위들이 인간의 몸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직접 확인해볼 방법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추측에 지나지 않았지만 츠루마루는 분명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 제대로 나지 않은 길을 걸을땐 억센 덤불과 멋대로 뻗어난 가지에 쉬이 생채기를 입기 마련이니. 



 그래서 그의 행복 뒷편에는 언제나 불안과 자책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만남이 거듭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기쁨이 커질수록 같이 자라났다. 제 욕심 때문에 사니와 혼자 모든 것을 떠맡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으며 그것은 결국 주인을 지켜야 하는 도검남사로서 큰 실책이며 연인으로서도 실격인 셈이었으니. 하지만 한 번 발을 내딛고 나니 뒤로 물러 설 수가 없었다. 주인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 즐거운 만큼 사니와가 없던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곁에 사랑하는 이의 온기가 머문다는 것이 어떠한지 알게 되자 그것이 없어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싫었다. 말하자면, 더는 홀로이고 싶지 않았다. 주인과 도검남사로 또 사람 대 사람으로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다.

 우연하고 불완전한 시작이었으니 그 끝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알 수 없는 위태로운 만남이었으며 허락받지 않은 길을 택했으니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결말이 마냥 행복하고 달콤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끝을 낼 수 있을때 그리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할 수 있겠는가. 보면 볼수록 더 같이 있지 못해 애가 타는데.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순간들이니 그럴 수 있을 때 조금만 더 붙잡고 있고 싶었다. 아직은 안된다. 그러니까 지금은 모르는척을 하자.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그렇게 한 번 더 죄책감에서 눈을 돌렸다.



 바로 이전에 만났을 때의 사니와는 피곤한 안색에 미열이 있는 정도였었다. 본인은 별거 아니니 곧 괜찮아질거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돌아갔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다시만난 사니와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나빴다. 츠루마루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서로 마주하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다음이었다. 도착한 사니와가 몸은 좀 어떠하냐 물을 새도 없이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찍어댔기 때문이다. 마냥 신이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도는 사니와를 간신히 붙잡아 멈춰 세우느라 잡은 손이 불덩이라 그제야 열이 펄펄 끓고 있는 것을 알았다. 사니와는 신열로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서도 이렇게 눈이 많이 온 것은 오랫만에 보았다며 좀 더 있다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츠루마루는 제 주인을 덥썩 안아다 산막 안에 데려다 놓아야 했다. 사니와에게 자신의 겉옷을 덧입히고 이불까지 두른 뒤 제 품에 꼭 싸안은 츠루마루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주인을 보고싶어하지 말걸 그랬나."

 "…응? 왜?"


 그리 되묻는 사니와의 목소리는 전에 비해 확연히 기운이 없었다. 둘러 안은 팔에 와닿는 숨결이 뜨거워 츠루마루의 눈빛이 조금 더 가라 앉았다.


 "주인이 많이 아프잖아."

 "안보고 버틸 수는 있고?"

 "...음...아니. 아마도 아니겠지만."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혼자 지낼 때야 잠깐씩 머무르는 곳이니 별 신경을 안썼었는데 여긴 역시 주인을 머무르게 할 만한 곳이 못 돼."


 그렇게 말한 츠루마루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 없이 드나드는 문 하나가 전부인 어둡고 허름한 오두막이었다. 벽은 도배는 커녕 미장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당연히 그런 곳에 제대로 된 세간이 있을리 만무하다. 가구라고는 부를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어 먹고 자는데 필요한 간단한 물건들은 전부 구석의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심지어 한 쪽에는 장작더미가 쌓여있어 그야말로 헛간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난로가 있다지만 성능이 변변치 않은데다 거주하기 위해 제대로 지은 공간이 아니다보니 웃풍이 심해 아무리 불을 떼도 싸늘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나마 한기를 막아 주는 이부자리도 번을 맡은 남사들이 공동으로 쓰는 물품이라 영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닥에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 두고도 두 사람이 편히 몸을 누일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난 괜찮은데."

 "괜찮지 않아. 여긴 너무 춥잖아."

 "츠루마루 추워? 이거 다시 입을래?"

 "아니, 나 말고 주인 말이야. 옷은 됐어."

 "그러니까 나는 괜찮다니까. 난로도 있고."

 "저걸론 부족하지."

 "이불도 있으니까 뭐."

 "너무 얇고 낡았어. 미리 더 좋은걸 가져다 뒀어야 하는데."


 사니와가 직접 취임하지 않은 혼마루는 맡은 임무가 한정되는 만큼 예산이 그리 넉넉치 않았다. 그러니 대부분은 혼자, 기껏해야 둘이 머무르며 교대로 잠시 눈이나 붙이는 오두막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불을 더  갖다두자는 말이 씨알도 먹힐리 없는 것이다. 산막에 주인이 종종 찾아와 머무르다 가는 것은 만일을 대비해 철저하게 비밀이었기에 말문이 막힌 츠루마루는 거기서 더 밀어붙일 수 없어 그냥 물러나고 말았었다. 지금에와서는 고집이라도 부렸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계획을 좀 더 미루고 사비라도 털든지.


 "대신 난 옷을 많이 입었잖아. 츠루마루 것까지 내가 전부 입고 있어서 꽤 따뜻한데."

 "주인 옷은 겨울에 입기엔 너무 얇고 내 옷도 그리 두껍지는 않으니까."

 "정말 안춥다니까. 얇은 옷 여러겹 입는게 두꺼운거 한 벌 입는 것보다 따뜻하대.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더워."


 그렇게 말한 사니와가 불편한 듯 잠시 몸을 뒤척거렸다. 사니와가 좀 더 편하게 기댈 수 있게 해준 츠루마루가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여며주며 말했다. 


 "아플땐 먹는 것도 신경써서 잘 먹어야 하는데 말이야."

 "우리집 냉장고에도 특별히 뭐가 있는건 아니라서. 별로 다를 것도 없어."

 "...정말로. 주인이 이렇게 아픈데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구나."

 "아닌데."

 "응?"

 "집에 있으면 어차피 혼자 누워 있기만 했을텐데 여기오면 츠루마루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더 좋아. 그래서 훨씬 덜 힘든 것도 같고. 아니 별로 안아픈 것 같아."


 그러면서 사니와가 자신을 안은채 깍지를 끼고 있는 츠루마루의 손 위에 제 것을 얹었다. 그가 그럭저럭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서로 마주보고 있지 않은 덕일까 아니면 저지르고 있는 죄 때문일까. 지금은 열기에 가까운 그 온기와, 함께 하는게 더 좋다는 그 말은 그 무엇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면서 또 마음 한켠에 아프게 박혔다. 그를 더 괴롭게 하는 것은 그러한 죄책감이 주인이 아픈 것은 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 혹은 주인을 동료들 몰래 이런 곳에 숨겨놓고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는 자책에서 오는게 아니라 다른데서 기인하는 감정으로 인한 것이 더 크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이 제 손 닿는 곳에 두고 독점하고 있으며 사니와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의지하고 있는데서 오는 기묘한 만족감 말이다. 츠루마루가 사니와의 어깨에 마치 떨구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부드럽고 달콤한 내음이 훅 밀려들었다. 주인의 영력이 품은 영취다. 이렇게 닿지 못하던 시절, 잠시 잠깐 코 끝을 간질이고는 찰나에 사라져 늘상 애태우던 것. 그래서 항상 갈구하던 것. 그것을 들이키자 욕심과 죄책감이 동시에 활개를 쳤다.

 

 "주인."

 "왜?"

 "미안해."

 "괜찮대도."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의 무른 주인은 괜찮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미안해. 츠루마루는 그렇게 속으로 한 번 더 되뇌었다.


 "…아픈건 주인인데 정작 내가 어리광이나 부리고 있고."

 "뭘."


  그는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나잇값을 못하는 것 같다는 말에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며 작게 웃는 사니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제 팔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소중한 내 주인. 그리고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 쉬자 콧 속 가득 회양목 꽃향기를 닮은 보드랍고 달콤한 체취가 밀려들었다. 죄책감이 저만치 달아났다. 여지껏 그래왔듯 그는 그것을 못본 척 했다.


 "그러니까 이제 주인이 어리광 부릴 차례로군."

 "그래도 돼?"

 "물론이지."

 "그러면."

 "뭐든 말해."

 "나 누울래."

 "그래?"


 사니와가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품을 누르던 무게감이 사라진 빈 자리에는 금세 찬 기운이 스몄다. 아주 조금 떨어졌을 뿐 주인은 여전히 제 앞에 있는데도 아쉽다는 감정이 밀려들어 시린 것이 가슴인지 그 속인지 알 수 없었다. 날이 더 추워졌나보군. 부러 그렇게 중얼거린 츠루마루가 재빨리 요 바깥으로 물러나 사니와가 몸을 뉘일 공간을 만들어 주고는 이리저리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베개가 안보이는군. 이 밑에 있나."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츠루마루가 이불 밑을 들춰보는 사이 사니와가 자신의 붉은 가디건에 달린 모자와 그 위에 덧입은 츠루마루의 옷에 달린 모자를 정리한 뒤 겹쳐쓰고는 말했다.


 "이거봐. 보기보다 푹신푹신해."

 

 모자 그늘 아래의 사니와가 소리없이 웃었다. 희고 붉은 옷감에 둘러싸인채 미소짓는 그 모습에 순간 감히 자신이 바라도 될는지 모를 그런 욕심이 마음 속에 일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주인이 눕는 것을 도우며 대답했다.


 "……그렇군."


 사니와는 최대한 내색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움직임이며 반쯤 웅크리고 누운 모습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그것을 보며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지금은 그런 헛꿈이나 꾸고 있을 때가 아니다. 츠루마루는 제대로 펴지지 않은 이불을 펼쳐 꼼꼼하게 여며주며 그렇게 잡념을 털어냈다. 잠시 사니와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주인이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헤아렸어야 했는데."

 "응?"

 "아픈 몸으로 그리 있는게 불편했겠구나 싶어서."

 "왜 그런 표정이야? 그런게 아니라 그냥 저 벽만 계속 보고 있으려니 심심해서 그랬던건데."

 "…질릴만도 하지. 바깥이라면 모를까 이 안은 재미라곤 통 없는 곳이니."

 "그렇지? 그래서 츠루마루가 보고 싶었어."

 "주인…."


 마주보고 있으니 확실히 감정을 숨기기가 어렵다. 별것 아닌 말인데도 일순 머리 끝까지 홧홧하게 열이 올라버렸다. 그새 감기라도 옮았나 싶을 정도로. 그런 그를 보고 사니와가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츠루마루 귀가 엄청 빨개졌어. 그 말에 고개를 돌린 채 괜시리 헛기침을 하는데 사니와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츠루마루, 여기 들어올래?"

 "…어, 뭐?"


 무심코 머리를 바로하니 시선이 다시 맞닿았다. 아마도 이것 역시 예사말일 거다. 츠루마루가 겉옷을 벗어줄 때마다 추워보인다고 걱정을 하던 사니와였으니 그 연장선임이 틀림 없었다. 그러나 별 뜻 없을 그 말에 그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어댔다. 그런 츠루마루의 속을 모르는 채, 사니와는 재촉하듯 이불 자락을 들어 팔랑팔랑 흔들어보였다.


 "안 들어올거야?"

 "으음…."

 "나 혼자 누워있으니까 좀 그래. 위에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서 추워보이기도 하고."

 "춥지 않아."

 "그냥, 모처럼 만났는데 내가 이래서 같이 아무것도 못할텐데 아깝잖아. 그러니까 같이 있자." 

 "그래도 좀…."

 "츠루마루가 어리광 부려도 된다면서."

 "……."

 "그러니까 옆에 있어줘."

 "……어쩔 수 없지."


 작게 한숨을 쉰 츠루마루가 사니와의 옆에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바짝 몸을 붙여 사니와를 자신의 품에 당겨 안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니와에게 츠루마루가 변명하듯 말했다.


  "…요가 너무 싸늘하길래."


 그러자 이번에는 사니와가 자신의 팔을 츠루마루의 허리에 둘렀다. 


  "그러네. 이러고 있으니까 훨씬 따뜻해."


 제가 만지는 것과 사니와가 저에게 닿는 것은 또 달라 먼저 신체접촉을 한 것은 자신임에도 등줄기에 힘이 들어갔다. 다행히도 꼴사납게 움찔거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신경이 온통 주인의 손이 닿은 옆구리에 쏠렸다. 의복을 여러겹 겹쳐입고 그 위에 허리띠까지 두른 채였는데도 사니와의 열기가 고스란히 맨살에 스미는 것 같았다. 사니와의 말 그대로다. 조금 전 까지는 옷자락 새로 스민 별것 아닌 냉기에 가슴속이 시린 것도 같았는데 이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더울 지경이었으니. 츠루마루는 약을 먹은 것은 분명 사니와 뿐인데 어쩐지 자신까지 나른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정말 그렇군. 춥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런데…누워서 그런가 갑자기 엄청 졸려. 약 기운이 이제 도나…."

 "졸리면 자도 괜찮아. 갈 때 되면 깨워줄테니까 걱정은 하지 말고."

 "…아깝다."

 "오늘은 어쩔 수 없지. 대신 다 낫고 나서…하고 싶은거 다 해. 눈도 실컷 밟고. 같이 하자.."

 "…꼭 그럴거야. 감기는 금방 나을거고 여긴 눈도 빨리 안녹을테니까…."

 "그러니까 이제 좀 쉬어."

 "알았어. 이따가 꼭 깨워줘…."

 "그러지. 잘 자, 주인."

 "…응……."

 

 아쉽다며 투덜거리던 것이 무색하게도 사니와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무심할 정도로 굳게 감긴 눈꺼풀을 바라보며 가만히 속눈썹을 헤아리던 츠루마루가 살며시 제 주인의 뺨을 감쌌다. 손바닥과 맞닿은 말랑말랑한 살갗은 여전히 열기를 품은 채였다. 조심스레 이마로 손을 옮겨 짚어보니 역시 다를바 없이 뜨겁다. 얼른 열이 내려야 할텐데. 그리 혼잣말을 한 츠루마루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이대로 좋아지지 않으면 어쩌나. 사방이 고요하니 저도 모르게 고민에 몰두하게 되어 줄을 잇는 걱정에서 쉽사리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속을 더욱 심산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부끄럽게도, 근심 뒤에 바로 따라 붙은 것은 탐심이었다.


 주인과 처음 만난 뒤로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자는 모습을 보는 것은 현현하고 처음이었다. 사니와가 산막의 이부자리를 사용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런 식으로 한 자리에 누워 같이 덮어본 적 역시 없었다. 그래서인것 같았다. 제 겉옷을 사니와가 걸치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이고 모자를 쓰는 것 역시 한 두번이 아니며 안에 입은 붉은색 옷 역시 사니와가 즐겨 입다보니 눈에 익은 조합임에도 새삼 다른 것을 떠올리게 되고마는 이유 말이다. 이렇게 제 품안에 지쳐서 잠든 모습이 다른 이유에서 기인하는 상상 말이다. 그는 무려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망상이나 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먼 발치에서라도 바라보기만 해도 좋으니 딱 한 번만 주인을 만나고 싶다. 그게 바라는 것의 전부였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그때는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다른, 더욱 커다란 것을 바라게 된다. 그와 사니와가 언젠가는 반드시 다다를 끝에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과욕을 부린 자신의 탓이리라.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아직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정말로 그런 일이 닥치게 될지도 알 수 없으며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무슨 상황에 처하게 될지 지금으로선 무엇 하나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사니와를 잃는다고 생각하니 절망감 만큼은 당장 최악의 사태가 닥쳐온 마냥 생생해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줄곧 전장을 누비면서도 이렇게 겁이 났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잃을게 큰 이가 두려움도 많아진다는 말이 사실인듯 싶었다.

 그는 품 안의 사니와을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열이 나서 체온이 높은 탓에 여느 때보다도 온기가 빠르게 옮아온다. 가까이 있는 만큼 향이 짙어 아찔한데다 작은 숨소리가 선명하게 귓가를 간질였다. 주인은 지금 확실히 여기, 제 팔 안에 있다. 온 몸으로 그것을 느끼자 몸의 떨림이 서서히 가라 앉았다. 아무래도 이제 자신은 사니와가 곁에 없으면 제대로 살 수 없을 것만 같다. 아니 확실히 살 수 없다. 긴 한숨을 내쉰 그가 눈을 감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어디도 가지 말고 쭉 내 곁에 있어줘, 나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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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난무 검사니 연성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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