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奪翠)

탈취(奪翠) [6]

츠루사니, 츠루사니츠루

★기본적인 주의사항★
글의 내용과 등장하는 남사들의 성격·행동 방식은 원작과 무관합니다.
동인설정이 다수 나옵니다.
각종 취향타는 소재가 사용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기존에 풀었던 소재들이 다수 섞여있습니다.

★해당 연성의 주의사항★
각종 동인설정과 취향타는 요소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 트립·카미카쿠시·블랙남사·블랙혼마루·블랙사니와·블랙담당·블랙시간정부
혼마루 탈취·사니와 탈취·도해·강제 파괴 등
등장하는 일부 남사, 등장 인물들이 상당히 뒤틀려 있습니다.
동소체가 나옵니다.
성애 묘사가 나옵니다.
→해당 부분은 성인글로 작성 합니다.

※감금, 폭력, 약물, 동의 혹은 애정 없는 성관계, 가스라이팅 등의 비윤리적인 요소, 범죄적인 요소가 나오거나 언급됩니다.

트라우마가 있으신 경우 주의 바랍니다.

※작성자는 현실의 그러한 행위들을 절대 옹호하지 않습니다.

※일부 대사가 타 장르 특정 캐릭터의 대사와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수정하였습니다.


 번쩍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기묘한 하늘이었다. 시선을 조금 돌리자 하얀 얼굴이 보였다. 머리칼도, 흰 속눈썹이 드리워진 금빛 눈동자도 전부 익숙한 츠루마루의 그것이었지만 그가 풍기는 분위기는 생경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아는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물비늘처럼 빛나는 사람이었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눈앞의 츠루마루에게선 내가 그에게서 보았던 그 어떤 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멍한 머리로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지만 단 하나는 확실했다.


 눈 앞의 그는 내가 아는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아니었다. 


 "...넌, 누구야?"


 억지로 짜낸 목소리는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었다. 내가 깨어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듯 아무것도 묻지 않은 그는 더없이 여유롭게 걸음을 떼며 대답했다.


 "누구긴. 너의 츠루마루 아닌가."


 목소리 역시 츠루마루와 비슷했지만 달랐다. 부드럽지만 차갑다. 말투역시 그러했다. 그렇게 대답한 그는 슬며시 시선을 내려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기에 우리는 바로 눈이 마주쳤다. 역시 아니다. 츠루마루의 눈이 수면위의 찬란한 반짝임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면 그의 눈은 아름답지만 그저 차가운 금속 같았다. 깊게 가라앉아 시린 안광을 발하는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야. 넌, 아니야."

 "맞아. 난 츠루마루 쿠니나가야. 보면 알지 않나?"

 "…아니잖아. 넌 내 츠루마루가 아니야…. 우리에게, 아니 츠루마루에게 대체 뭘…어떻게 한거야?"


 한 마디 한 마디가 힘겨워 그야말로 토해내듯 목을 쥐어짜 내뱉은 나의 말에 그가 약이 오를 정도로 태평스레 말했다.


 "이상한 말을 하는군. 난 여기 있지 않나."

 "…난 널 모른다니까. 넌 내 츠루마루가 아니야."


 그러자 그가 나지막하게 웃었다. 참으로 서늘한 웃음이었다.


 "좀 전하고는 너무 다르네. 서운하게"

 "…뭐가?"


 내 물음에 그는 입꼬리를 올려 깊게 미소를 지었다.


 "기억 나지 않는건가? 입맞춤 말이야, 아까는 그렇게 뜨겁더니 갑자기 싸늘해졌구나. 내 주인은."

 "…그게,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내가 주는 약도 고분고분 잘 받아먹고서는. 정말 영 딴판이로군."


 어슴푸레한 머릿속을 억지로 되짚었다. 츠루마루가 단말기를 주고 나간 다음에…그 다음에…어떻게 되었지? 자다 깨다 하는 와중에 몇번인가 츠루마루를 보았던 것 같다. 너무 아파서 그에게 약을 달라고도 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기억이 드문드문 끊겨 잘 이어지지 않았다.약, 피, 상처, 치료…그리고 평소와 몹시도 달랐던 그.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누가 뭐래도 그대는 나의 주인이고 내가 그대의 츠루마루인 것을."

 "…누구 멋대로."


 내 말에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내가 그리 했지. 그대를 내 주인으로 삼고 나는 그대의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되기로 진작부터 마음먹었거든. 근 천년만에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몸과 하고픈 것을 행할 수 있는 의지를 얻었어. 그런 귀한 것을 이럴 때 쓰지 않으면 또 언제 쓰겠나."


 순식간에 온 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츠루마루에게 무슨 일이 생긴것이 틀림 없었다. 돌아가야만 했다.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그가 팔에 힘을 주어 나를 더 단단히 끌어안고는 말했다.


 "가만히 있어. 아직 이렇게 움직이면 안 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당장 이거 놔."

 "어차피 이젠 상관 없으려나."


 안된다고 했으면서도 그는 의외로 순순히 나를 내려주었다. 그러나 발이 땅에 닿자마다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 또 그럼에도 선뜻 나를 내려준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달려서 도망치기는 커녕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억지로라도 걸음을 떼려고 했지만 그순간 지독한 현기증이 덮쳐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서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세상이 빙빙 돌고 시야가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땅을 짚은 손에 날카로운 자갈이 박혀들지 않았다면 그대로 의식이 끊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안된다. 버티기 위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어지럼증이 가라 앉기를 기다리는데 그가 말했다.


 "그것 보게. 무리라고 했잖은가."


 소리도 없이 매캐한 냄새가 훅 끼쳤다. 놀라서 눈을 뜨자 그가 어느샌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미안하네. 좋지 않은 몸에 약을 써버린데다 재액까지 받아들이게 했으니. 그렇게 빨려들어갈 줄 알았다면 그리 섵불리 그대에게 입맞추는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 터인데. 뭐 좋기는 했다만."


 그렇게 말한 그가 내 손을 잡아올렸다. 손바닥은 엉망이었다. 그것을 보고 눈썹을 찌뿌린 그가 살갗에 묻은 지저분한 것들을 가볍게 털어내더니 고개를 깊이 숙였다. 다음 순간 상처에 물컹거리는 혀가 스쳤다. 기겁해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다쳤잖나. 아직은 이곳에 있는 것들이 그대에게 닿는 것은 좋지 않거든. 특히 바닥에 있는 것들."


 재차 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힘을 쓰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손바닥을 핥았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음. 좋아. 이제 이정도는 되는군."

 

 뜻 모를 말을 한 그가 그제야 손을 놓아주었다. 반사적으로 옷에 손을 문질러 닦으려던 나는 또 다른 것을 눈치챘다. 내가 입고 있는 흰 겉옷 역시 츠루마루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느껴졌다.


 "…이게 뭐야. 내가 왜…. "


 분명 내 체온으로 덥혀졌을텐데도 그의 겉옷은 그만큼이나 서늘하게 느껴졌다. 옷을 벗으려는 나를 그가 팔을 붙잡아 제지했다. 


 "안 돼. 아직은 위험하니까 입고 있게."

 "싫어."

 "고집부리지 말고. 그게 그리 싫거든 얼른 들어가도록 해."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밀어냈다.


 "…웃기지마. 누가 너랑 간대? 난 내 츠루마루에게 갈거야…."


 그 말에 그가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렸다.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상관없었다. 많이 불편해하라지. 나는 눈 앞의 그를 무시하고 비틀대며 일어섰다. 그러나 바로 다시 고꾸라졌다. 그런 나를 그가 앞에서 받쳐 안았다. 몸을 빼려는 나를 꽉 끌어안은 그가 속삭였다.


 "못간다니까."

 "…그러니까 네가 뭔데……."

 "이미 늦었거든."


 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등 뒤에서 끼이익 거리는 기분나쁜 소리가 들렸다. 그에게 안긴채 고개만 돌려 돌아보자 몇 발자국 앞의 거대한 문이 저절로 닫히고 있었다. 문 틈으로 보이는 것은 내가 아는 익숙한 겨울 숲이었다. 문이 닫히기 전에 저기로 가야 한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알았다. 빨리 가야 해.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며 힘이 없는 몸을 간신히 일으키는 순간 나는 다시 휘청거렸다. 그가 뒤에서 끌어안은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흙바닥에 엎어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봐. 벌써 도착하지 않았나."

 "…이거 놔."


 문이 닫히기 전에 가야 하는데. 나는 온 힘을 다해 허리에 감긴 그의 팔을 뗴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느긋하게 한숨을 쉰 그가 말했다.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조금 곤란하거든. 그러니까 잠시 자고 있게."


 순간 목 뒤가 따끔했다. 뭐지? 손을 들어 만져보려고 하는데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눈이 가물가물 감기기 시작했다. 의식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가 완전히 힘을 잃은 내 몸을 단단히 붙들어 지탱했다. 목덜미에 차가운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고는 귓가에 나직한 목소리가 닿았다.


 "아무튼 잘왔어. 우리의 혼마루에."


 어쩐지 웃음기가 어린 것 같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눈 앞이 까맣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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