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奪翠)

탈취(奪翠) [5]

츠루사니, 츠루사니츠루

★기본적인 주의사항★
글의 내용과 등장하는 남사들의 성격·행동 방식은 원작과 무관합니다.
동인설정이 다수 나옵니다.
각종 취향타는 소재가 사용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기존에 풀었던 소재들이 다수 섞여있습니다.

★해당 연성의 주의사항★
각종 동인설정과 취향타는 요소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 트립·카미카쿠시·블랙남사·블랙혼마루·블랙사니와·블랙담당·블랙시간정부
혼마루 탈취·사니와 탈취·도해·강제 파괴 등
등장하는 일부 남사, 등장 인물들이 상당히 뒤틀려 있습니다.
동소체가 나옵니다.
성애 묘사가 나옵니다.
→해당 부분은 성인글로 작성 합니다.

※감금, 폭력, 약물, 동의 혹은 애정 없는 성관계, 가스라이팅 등의 비윤리적인 요소, 범죄적인 요소가 나오거나 언급됩니다.

트라우마가 있으신 경우 주의 바랍니다.

※작성자는 현실의 그러한 행위들을 절대 옹호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안겨 옮겨지고 있었다. 비몽사몽한 와중에 문득 츠루마루와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그날에도 츠루마루가 이런 식으로 나를 안고 산막에 데려갔기 때문이다.




 츠루마루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 그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는 싱긋 웃으며 나를 제 쪽으로 당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덜렁 안아들었다.

 "어? 뭐야, 왜?"

일명 공주님 안기. 누군가에게 이런 식으로 안기는건 어릴 때 아버지가 맨 바닥에서 잠이 든 나를 안아 옮겨준 뒤로 처음이었다. 당황하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여긴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길이 제대로 안났거든. 지금 주인의 차림새로 걸어가면 많이 다칠거야."
 "그래도…무겁잖아. 거기다 산길이라 더 힘들텐데…."
 "응? 무겁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데."

 그는 그렇게 대답하며 걷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츠루마루에게 바짝 달라붙고 말았다.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내가 생각보다 높이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마, 안떨어트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는 나를 안정적으로 안고 있었으며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오르막길에 오르고 있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주인이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이래뵈도 난 도검남사라고? 단도 아이들도 주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올릴텐데 태도인 나에게 주인 정도는 깃털이지."
 "……."

 살아생전에 직접 들어볼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낯 부끄러운 비유에 차마 뭐라고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데 그가 말을 이었다.

 "그 작은 호타루마루도 쌀가마니를 번쩍번쩍 들어올린다고. 그걸 주인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호타루마루가? 아니 그래도 이건 좀…."

 내 말에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정 걷고 싶으면 뭐, 내 바지라도 벗어줄까?"
 "뭐?"
 "너무 당황하는걸? 당연히 농담이지. 내가 주인 앞에서 그럴리가 없잖아."
 "뭐야 진짜…."

 내 반응에 그는 즐거운 듯 웃었다.

 "주인은 장난치는 맛이 있어. 반응이 솔직해서 그런가."

 그가 나를 슬쩍 내려다보고는 덧붙였다.

 "표정도 잘 드러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안겨있는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얼굴을 바로 마주 볼 일은 없으니까.

 "자 그럼 얼른 가자구."
 "……."

 우리는, 정확히는 날 안은 츠루마루는 한동안 말 없이 걸었다. 가만히 있자니 지나치게 친밀한 자세 때문에 어쩐지 어색했던 나는 애써 주변의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 해가 넘어가는 호숫가는 정말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고 덕분에 금새 정신이 팔려 민망함을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에게 안겨있는데 갑자기 츠루마루가 입을 열었다.

 "있잖아, 주인."
 "…응?"
 "주인은 원래 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걸로 알고 있었잖아."
 "…그랬지."
 
 사실 지금도 그리 실감이 나는 편은 아니었다. 온 몸에 느껴지는 모든 것이 이렇게 생생한데도.
 
 "그럼 날 처음 봤을 때 뭐라고 생각했어?"
 "…굳이 표현하자면…지나가던 사람?"
 "에이."
 "...라고 하기엔 너무 특이하긴 하지."
 "그럼?"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잠깐 잡귀가 적당히 흉내를 내는게 아닐까…했어."
 "그런 잡귀가 있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은걸."
 "앗 그게, 츠루마루가 잡귀같이 느껴졌다는건 아니고. 질이 나쁜 귀신들은 다른 존재를 흉내를 내서 상대를 속인다는 말이 있잖아. 아무튼 정말 아주 잠깐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했는데?"
 "그렇다기엔 너무..."
 "너무 뭐?"

 그런 부정한 존재라기엔 그는 타오르는 노을 빛 아래에서 너무나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그걸 곧이 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뭐라고 해야하나. 으음. 그래, 생기. 생기가 넘쳐서 그건 아닌 것 같았고."
 "생기...? 무슨 의미야?"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그렇다는거니까 일단 그건 그냥 넘어가고."
 "좋아. 그럼 그 다음엔?"
 "이건 정말 말 해도 되려나."
 "뭐길래?"
 "그…있잖아. 저승사자가 아닌가 했었지."
 "주인…그건 좀 너무한걸."
 "저기, 그, 미안해. 그런데 그게…."
 "뭐어, 농담이야.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거지?"
 "내가 갑자기 영 모르는 곳에 서있었으니까. 혹시 내가 죽어서 여기 온게 아닐까 싶었거든. 사실은 지금도 조금, 아니 많이 실감이 안나."
 "응? 주인은 확실히 살아있어. 이렇게 따뜻하고 그야말로 생기 넘치잖아."
 "이런 말은 좀 그런가. 미안해. 하지만 이건 정말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니까."
 "…뭐, 주인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해. 그런데 말이야."
 "응?"
 "저승사자가 왜 하필 내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한거지?"

 오래 전, 어디에선가 저승사자는 생전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진짜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그래서 나는 살아 움직이는 그를 본 순간 무심코 그 말을 떠올려 버렸던 것이다. 아무튼 이 사연을 본인 앞에서 읊기엔 역시 부끄러워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그냥?"
 "아닌 것 같은데."
 "……."
 "그건 나중에 다시 묻기로 하고. 결과적으론 사자도 아닌 것 같았다는 말인데 그럼 무엇이라고 생각했어?"
 "뭐라고 해야하나. 굳이 따지자면 그냥 츠루마루일까."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몰랐는데도?"
 "그런건 관계가 없더라. 보자마자 그냥 알았어. 아, 내 츠루마루구나 하고."
 "…그렇군. 내 츠루마루…."
 "…민망하니까 따라하지 말아줘."
 "왜. 난 주인이 그렇게 말해주는게 정말 좋아."
 "음……."
 "주인과 처음 만난게 나라니, 현현한 이래 가장 큰 행운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직하게 웃은 그가 '내 츠루마루' 하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멋적어진 나는 입을 다물고 애써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엇, 좀 서둘러야 겠는걸."

 츠루마루의 말에 그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자 해는 어느새 노을의 끝자락만 남긴 채 산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와 대화를 하느라 몰랐지만 주변에 어느새 밤이 성큼 내려앉아 있었다.

 "너무 캄캄한 것 같은데…괜찮아?"
 "괜찮아. 잘 보여."
 "정말?"
 "도검남사로 현현한 몸이니까. 육체가 어린 단도 아이들이나 협차 만큼은 아니지만 인간보단 낫거든."
 "…그렇구나. 다행이네."
 "다행이지."

 그렇게 답하며 내딛는 그의 걸음마다 바삭바삭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엔 그랬었다. 바스락대는 소리를 듣다 잠깐 졸기도 했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어째서 이렇게 조용한걸까? 눈이 내려서? 그렇다면 왜 눈이 밟히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것일까. 사위가 지나치게 고요해 이상한 기분이었다. 오두막 주변이 이렇게까지 적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문일까. 문득 기대고 있는 품에서 느껴지는 체취가 설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만난 날 그에게서는 나무 향기에 섞인 잘 마른 풀 내음와 햇볕의 향이 났었다. 그야말로 가을의 냄새였었다. 순찰을 하느라 항상 숲을 이리저리 헤치고 다녀서였다. 겨울이 오고나서는 차가운 눈과 화롯불의 냄새가 새로이 뱄다. 그중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침엽수류의 나무에서 나는 특유의 은은한 향내와 햇볕 아래에 서있는 것만 같은 향기가 났었다. 그야말로 생기가 넘치는 체취였다. 이제와서 풍기는 향이 달라진 는 것은 호숫가에 겨울이 왔기 때문일까?

 다음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메마른 냄새는 겨울의 그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앙상해지는 일견 삭막해보이는 계절이지만 겨울은 분명 그 안에 다음의 봄을 품고 있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잠들어있을 뿐 분명히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코 끝에 와 닿는 것은 절대 잠이 든 계절의 향이 아니었다. 비릿한 쇠 냄새 뒤로 느껴지는 것은 잘 마른 풀의 향취가 아니라 말라 비틀어진 풀의 혹취다. 이것은 절대 화롯불 내음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태우고 난 뒤에 나는 매캐함. 그야말로 죽어있는 것 같은, 조금의 생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냄새였다. 지금 나는 누구에게 안겨있는 것일까? 정말로 내 츠루마루인걸까?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그때 찢어지는 것 같은 새의 울음이 들렸다.  그 소리에 꿈에서 깨듯 머릿속의 안개가 걷혔다. 호숫가의 숲에는 이렇게 우는 새가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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