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奪翠)

탈취(奪翠) [4]

★기본적인 주의사항★
글의 내용과 등장하는 남사들의 성격·행동 방식은 원작과 무관합니다.
동인설정이 다수 나옵니다.
각종 취향타는 소재가 사용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기존에 풀었던 소재들이 다수 섞여있습니다.

★해당 연성의 주의사항★
각종 동인설정과 취향타는 요소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 트립·카미카쿠시·블랙남사·블랙혼마루·블랙사니와·블랙담당·블랙시간정부
혼마루 탈취·사니와 탈취·도해·강제 파괴 등
등장하는 일부 남사, 등장 인물들이 상당히 뒤틀려 있습니다.
동소체가 나옵니다.
성애 묘사가 나옵니다.
→해당 부분은 성인글로 작성 합니다.

※감금, 폭력, 약물, 동의 혹은 애정 없는 성관계, 가스라이팅 등의 비윤리적인 요소, 범죄적인 요소가 나오거나 언급됩니다.

트라우마가 있으신 경우 주의 바랍니다.

※작성자는 현실의 그러한 행위들을 절대 옹호하지 않습니다.


 츠루마루가 나간 뒤 할 수 있는 것은 잠을 자는 것 뿐이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잠이 쏟아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것 치고는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 그가 곁에 없는 것이 무의식중에 마음에 걸렸는지 선잠에 들었다 깨어나기만을 끝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어쩐일인지 나아지는 것 같던 상태가 도로 나빠졌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축축 쳐졌고 열이 다시 올라 뼈마디가 욱신거렸다. 벌써 약효가 떨어졌나? 그러나 그렇다기엔 너무 졸리고 나른했다. 지나칠 정도로. 무엇인가 이상했지만 그 의구심도 잠시 뿐, 온 몸이 혼곤해 생각들이 조각난채 둥둥 떠다닐 뿐 제대로 모이지가 않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마치 이불의 저 아래의 어딘가로 끝도 없이 가라 앉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이 깰 때마다 그가 돌아왔는지 오두막 안을 둘러보고는 했었는데 그즈음에는 가만히 누워있어도 눈을 뜨면 현기증이 밀려와 그것 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결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얼음장 같은 바람이 뺨을 스쳤다. 그가 돌아왔나보다. 내가 정신을 차리려고 해쓰는 사이 그는 조용히 다가왔다.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찌나 조심스럽게 움직였는지 자리에 앉는 몸짓으로 밀려온 찬 공기에 곁에 다가왔음을 알 정도였다. 반가움에 나는 어지러움을 꾹 참고 눈을 떴다.


 그는 가만히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열로 시야가 몽롱하고 흐렸지만 그의 눈동자 만큼은 유독 선명했다. 화롯불 때문인지 달아오른 금속같은 불그스름한 금빛이었다.


 '갔다왔어?'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만 벙긋거리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걱정할텐데. 일어날 기운이 없어 누운 채 힘겹게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가 몸을 기울였다. 왜 그러냐고 묻는 것 같은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온 그냥 그를 끌어안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으나 손은 간신히 그의 목을 스치고는 툭 떨어졌다. 그는 내 상태를 보고 당황한 것 같았다. 놀랄만도 하다. 아프긴 해도 잘 움직이던 사람이 잠깐 사이에 상태가 이토록 나빠졌으니까. 이런 식의 놀라움은 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해. 소리없는 말을 듣고 그는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냐고 묻지는 못하고 시선으로만 뒤를 쫓았다. 그는 화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추워할거라고 여긴 것일까? 화롯불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시야가 까매졌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몸이 훨씬 더 나빠졌다. 이제는 눈을 감고 있어도 세상이 빙빙 돌았다.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이 차가운데 몸 안쪽에서는 불덩이가 이글거리고 있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그를 더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츠루마루.'


그를 부르고 싶었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며 입술을 움직이는 것 조차 힘에 겨웠다.


 '츠루마루, 어디 있어?'


 그는 아까 분명히 돌아왔었다. 하지만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다시 나가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아까 전 그의 꿈을 꾼걸까? 주변을 확인하기 위해 억지로 눈을 뜨자 밀려오는 현기증에 속이 울렁거렸다.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는 순간 바깥에서 무언가 무거운 것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괴로운 와중에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있나? 그러나 다행히도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러운 것을 꾹 참고 눈을 뜨자 희미한 시야에 흰 옷자락이 비쳤다. 그였다.


 '…츠루마루.'


 나갈 때처럼 들어올 때도 반갑게 맞아주고 싶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입술을 달싹거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그가 바짝 다가와 내 귓가에 속삭였다.

 

-히스이(翡翠).

 

 그것은 나의 이명이었다. 분명 내가 정한 것인데 항상 주인이라고만 칭하던 그였기에 어쩐지 낯설게만 들렸다. 바람소리가 시끄러운데다 귓 속이 웅웅거려 분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많이 아프냐고 묻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가방 속에 든 약을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소리는 여전히 입 안에서만 맴돌았다. 다행히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며시 뺨을 쓰다듬었다. 밖에 있다 들어와서인지 그의 손은 마치 얼음장 같았다. 멈칫하며 내 이마를 짚어본 그가 눈썹을 살짝 찌뿌렸다.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먹을거지?


응. 입 모양으로 대답을 하고는 다시 어지럼증이 일어 눈을 감고 있었는데 철컥거리는 금속음이 들렸다. 약이 들어있는 내 가방은 지퍼로 여닫게 되어있을 텐데 무슨 소리일까? 그러나 정신이 혼몽한 탓에 그에 대한 사고가 더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니 그것은 맞닿은 입술 때문일지도 몰랐다. 차가운 입술 사이로 진득한 액체가 흘러들어왔다. 그것은 이상스레 뜨거웠으며 비리고 썼다. 내가 가진 약은 이게 아니었는데. 워낙에 갑작스러웠던 탓에 나는 그것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쿨럭거렸다. 그러자 그가 내 입가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훑으며 말했다.


 -힘들어도, 제대로 마셔야지. 그래야 나아.


 그리고는 그가 재차 고개를 기울였다. 다시금 액체가 흘러들어왔다. 조금 전보다 적은 양이라 나는 이번에는 그것을 삼킬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몇 번에 걸쳐 '약'을 내게 먹여주었다.


 -잘했어.


 그렇게 말하며 그가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곧 다시 입술이 맞닿았다. 이번엔 액체 대신 그의 혀가 입 안을 헤집었다. 조금 이상했다. 그는 단 한번도 이렇게 깊은 신체접촉을 한 적이 없었다. 혹시나 체액이 섞이고 그 때문에 영력이나 신력의 흔적이 남아 현세로 돌아간 나에게 곤란한 일이 생길까봐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몰아 붙이는 탓에 숨이 차 그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 약효가 도는지 몸이 나른하게 늘어졌다. 내가 눈을 감고 나서야 그는 입맞춤을 멈추었다. 잠결에 그가 내 옆자리에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한참 후에 눈을 떴을 때 그는 내 몸을 끌어안은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지만 그가 나에게 약을 먹이고 내 옆에 누웠던 것은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건 분명히 내가 처방 받아온 것이 아니었다. 내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다른 약을 구해온 것일까? 그래서 다시 자리를 비웠던 것일까? 여전히 몸에 힘은 없지만 그래도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제 현기증이 일지는 않았다. 이글대던 몸 속의 불덩이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츠루마루…."


 목소리도 낼 수 있었다. 잔뜩 갈라진데다 모기소리 만큼이나 작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눈을 번쩍 떴다. 그가 깨어난 날 보고 누운 채 팔을 들어올려 내 이마를 짚었다.


  "열이 많이 내렸군. 다행이야."


 귀가 답답해서 여전히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아까보다 소리도 훨씬 더 잘 들렸다.


 "…미안해. 걱정…했지……."

 "아니, 미안한 것은 나이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손을 거두는데 손목이며 펄럭이는 소매 끝이 붉었다.


 "…다쳤어…?"

  "이거?"


놀라서 묻자 그가 손목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보였다.


 "…다쳤네. 왜?"

 "그럴 일이 좀 있었지. 뭐, 이정도는 별 것 아니야."

 "그래도 아파보이는데…."

 "아프진 않아."

 "그래도, 치료…해야 되는거 아니야?"

 "치료라. 그대가 해주는건가?"

 "…그러고 싶은데 여긴 아무것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가지고 다니는 밴드로는 택도 없을 만한 절상이었다. 손수건이라도 감아줘야 하나 고민하는데 그가 말했다.


 "주인 되는 이의 손길을 거절할 도검남사는 없지."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려 빙그레 웃은 그가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난 인간이 아니라 도검남사이니. 그냥 그대의 것을 조금 나눠주기만 하면 돼."

 "…뭘?"

 "영력."

 "…그걸로 되는거야?"

 "말했잖나. 도검남사라고. 허면 줄텐가?"

 "그런데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건 내가 알고 있어, 지금 그대는 몸이 좋잖으니 허락만 해준다면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여전히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했다. 그는 나의 도검남사이며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응. 부탁할게."

 "좋아."


 내 대답에 그가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다시 아까 들었던 금속음이 들렸다. 본체를 뽑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방법은 여럿 있다만 지금은 이게 제일 간단해서. 되도록 아프지 않게는 하겠지만, 미안해."


 그 다음 순간 목덜미가 따끔하고는 이내 무언가 뜨끈한 것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챙그랑


 바로 검을 팽개치듯 내려놓은 그가 내 위로 올라타 목덜미로 고개를 숙였다. 그가 말한 간단한 방법이란 혈액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는 빨기도 하고 핥기도 하고 물기도 하며 연신 상처를 건드렸다. 조금 아프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했다. 이걸로 되는걸까? 곧 조금 더 나른하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묘한 기분이었다. 영력이란 것이 빠져 나갔기 때문인지 출혈 때문인지 혹은 약 기운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내 귓가에 그가 뜨거운 숨을 뱉어내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내 상처를 꽉 눌렀다. 이번엔 확실히 아팠다. 그러나 그가 팔과 다리로 온 몸을 죄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는 없었다. 


 "아픈 것은 알지만 피를 멎게 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어. 조금만 참아주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싱긋 웃었다. 한동안 말 없이 지혈을 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있잖아, 그대는 내 주인이지?"


 그것은 그에게서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물음이었다. 그는 여태껏 그것을 굳이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서로 보자마자 알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뭔가 껄끄러운 것이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할 때마다 마치 그러지 말라는 듯, 그가 상처를 누르는 손에 더욱 힘을 주는 탓에 고작 되묻는 것이 전부였다.


 "왜...?"

 "대답해줘."

 "…응."

 "내 주인이 맞는거지?"

 "맞아. 그런데 갑자기…왜 이런걸 묻는거야?"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기쁜 듯이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나는 누구지?"

 "츠루마루 잖아."

 "누구의?"

 "…응?"

 "대답해줘."

 "나…."

 "여기 처음 왔을 때처럼 말해줘. 가까이서 제대로 들어보고 싶거든."

 "내 츠루마루?"

 "좋아. 한 번만 더."

 "내 츠루마루"

 "그래. 내가 너의 츠루마루 쿠니나가야. 나의 주인."


 만족스럽게 웃는 그의 눈빛이 어쩐지 서늘해보여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그가 다시 입을 맞추었다. 아까전보다 더 길고 깊은 입맞춤이었다. 문득 오늘의 그가 좀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생각하는 것 보다 눈이 감기는 것이 더 빨랐다. 그가 귓가에 무어라고 속삭였으나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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